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ART 이야기

태(胎) 시 김리영 시집 <푸른 목마 게스트하우스>

728x90
반응형

 

 

 

 

 

태 (胎) 

                                                김리영


한번쯤 목을 묶인 탯줄에 덤벼 오를 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대본을 읽고 

무대에 알몸으로 매달려 숨 몰아쉽니다.


아슬아슬하게 평행선을 벗어났으니 

칸칸이 답 찾는 일에 힘쓰지 않아요.


눈꽃들의 린치, 어깨에 스미는 1월 

관객 끊긴 낮 공연은 

맨몸으로 하루를 재연합니다.


굳이 해답을 묻는 눈초리 앞에 

긴 호흡으로 힘 빼고 

막힘없이 대사를 외워야지요.


마지막 공연 날, 문 닫은 매표소 앞 

뿌연 눈송이들 빗발치면

맡은 배역의 이름을 부르며 돌아오겠습니다.

 

- 시집 <푸른 목마 게스트하우스> 중에서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