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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胎)
김리영
한번쯤 목을 묶인 탯줄에 덤벼 오를 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대본을 읽고
무대에 알몸으로 매달려 숨 몰아쉽니다.
아슬아슬하게 평행선을 벗어났으니
칸칸이 답 찾는 일에 힘쓰지 않아요.
눈꽃들의 린치, 어깨에 스미는 1월
관객 끊긴 낮 공연은
맨몸으로 하루를 재연합니다.
굳이 해답을 묻는 눈초리 앞에
긴 호흡으로 힘 빼고
막힘없이 대사를 외워야지요.
마지막 공연 날, 문 닫은 매표소 앞
뿌연 눈송이들 빗발치면
맡은 배역의 이름을 부르며 돌아오겠습니다.
- 시집 <푸른 목마 게스트하우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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