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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MY STORY

정월 대보름에 생각나는 👵 외할머니의 잣불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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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에 생각나는 외할머니👵의 잣불 켜기 놀이

대보름날이 다가오기 전에 달력에 표시를 해 두는 것은 영양가 많고 부드러운 오곡 찰밥과 구수하게 씹혀 오는 나물들을 먹기 위해서였다

낮부터 반찬 전문점을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갖은 나물을 무쳐 두고 고객이 보는 앞에서 종류 별로 담아 무게를 달아 판매하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던 장독대 반찬전문점를 향해 해질녘 종종걸음으로 달려 갔다

혹시 나물들이 다 팔렸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졌지만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손님이 뜸하였다.
아무도 없는 가게에 문은 활짝 열려 있어도 보름 나물을 사러 온 손님은 딱 나 한 사람 뿐이었다 찰밥도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우리 찰밥 맛이 있어요 한 번 드셔 보세요"
내가 배고프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오곡 찰밥을 사 가라고 유혹하신다
집에 가져가서 랩에 싼 포장을 뜯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찰밥에 한참 눈길을 주다가 야멸차게 돌아 섰다 (참 잘한 일이다!👏👏👏) 집에 잡곡밥이 있어 찰밥 대신 맛있게 먹고 돈도 절약해야지..... 하며 결심하는 순간 마음이 뿌듯해졌다

나물 한 팩을 12,000원에 사 가지고 기분 좋게 돌아오는 길, 단체톡에서 집에 있으면 밖에 나와서 달을 보라는 문자가 쇄도한다
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도 되나요? 물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찾은 보름달

 올해는 다른 해보다 훨씬 조용하게 대보름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달을 보고 달콤한 소원을 빌어 봅니다
코로나가 물러가고 평화로운 시간이 다시 찾아 오기를...달님께 기원하는 마음으로...


문득 어릴 때 대보름날이 다가오기 전부터 미리 부럼을 준비해 주시던 어머니와 할머니가 떠올랐다 땅콩은 찌거나 삶은 것을 먹어 본 기억도 난다
솔방울에서 금세 떨어진 잣은 껍질로 싸여 있었다 잣을 하나씩 집게로 집어 힘을 주어 까서 먹어보고 신기했던 게 초등학생 때였다

할머니께서 통통한 잣을 골라 주시면 어머니가 큰 바늘 끝에 꽂아서 성냥으로 불을 붙여 주었다

잣에 기름 성분이 있어 제법 눈 앞에서 성냥불보다 큰 불꽃으로 오래 타올랐다
🔥 그 불꽃이 활활 타서 사그라질 때까지 시간이 넉넉하여 여러가지 소원을 빌었다
주로 시험 성적이 잘 나오게 해달라고 빌었던 듯 하다

정월 열나흗날 밤이 오면 조그만 그릇에 기름을 붓고, 창호지나 명주실로 심지를 만들어 불을 붙였다고 한다. 식구들의 숫자만큼 만든 뒤에 불을 붙여 보아 그 불이 타는 시간과 불꽃의 모양을 보고, 한 해의 운을 점쳐 보았던 것이다. 불이 바르게 잘 붙어 시원스럽게 타오르고 나면 한 해의 운이 아주 좋다는 의미이다. 혹시 불꽃이 타다가 곧 꺼져버리거나 숯검정 같은 그을음이 보이면 불길하다고 여겼다.
-한국세시풍속사전

경기도 지방에는 바늘에 잣을 꿰어 불을 붙여 보아 신수를 보는 잣불점도 있다.
-경기민속지
-세시풍속

덕분에 잣불에 대해 스터디도 하고 대보름을 맞아 기분이 업 되었다
어린 시절 나와 함께 놀아 주신 할머니와 어머니 생각에 잠겨본다
절기와 대보름날의 풍습이 사라지지 않고 전통 문화가 잘 전승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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