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kiosk)
김리영
네가 여자나 남자라면 좋겠다는
욕심은 없어.
오늘 처음 눈에 들어온 키오스크,
코비드 예방 접종 후유증으로 휘청이는
나에게 좋아하는 메뉴를 물었지.
카드를 넣으세요. 터져 나온 그 말에
쉽게 입을 떼지 못했지만,
네가 선명하게 내 생각을 인식했어.
카드를 읽을 수 없으니
다시 꺼내어 슬라이딩해 주세요.
카드는 땅바닥에 뒹굴고
허공을 붙잡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키오스크.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 중이지만
너에게만은 가까이 다가설 수 있어.
손상 없이, 자극 없이 나를 읽어 줘.
가진 것은 백신접종증명서 뿐이야.
퇴식은 셀프입니다.
가장 중요한 발언을 놓치면 안 되지.
너는 잠시라도 나를 따라 걷지 못해.
돌아서 가도 허허롭지 않기를……
코로나감염증이 사라져도,
악몽을 꾸더라도
다시 너를 만나러 올 거야.
낯선 방문자를 쏘아 보더라도
나만은 내부에서 식별해 줘.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전국 시,도별 2020년 기준,
1인 가구 평균 비율이 31.7%이고
전체 1인 가구 수는 664만 3,354가구로
천문학적 숫자처럼 늘어나고 있다.
가장 취약한 고독사의 사각지대는
홀로어르신 뿐 아니라, 40~50대의
중장년층일 수 있다고 한다
시 <키오스크>에서는
단계적 일상 회복 (with Crona)시대를
견디어 내고 있는 1인 가구의 고독을
치유하기 위한 솔루션이 제안 되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도록
에너지를 실어 준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시가 필요한 것인가?
코로나와 싸우며 소외감과
깊은 단절감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시에 담아 활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반쯤 껍질 벗긴 나의 일상일 것이다.
모든 시들이 져버린 꽃을
찬란하게 표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겁고 낯설지만
코로나를 힘겹게 이겨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힘을 낼 수 있게
희망을 실어 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었다
우리는 무너질듯 연약하지 않다.
지금 당장 큰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신기루처럼 사라질펜데믹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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