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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ART 이야기

클림트 전시회를 돌아보다 제주 빛의 벙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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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Music Immersive Experience를 줄여서 아미엑스(Amiex)라고 한다
아미엑스 전시회에 들어서자 음향시설이 완벽하여 스피커들로부터 음악이 쏟아지고, 몸은 사방으로 계속 투사 되는 영상들 속에 묻혀버려 쉽게 발을 뗄 수 없었다

제주에 유채화가 피었던 4월 미국에서 온 아들과 단둘이 계획한 여행을 더 빛나게 해 준 것은 빛의 벙커에서 본 미디어 아트 전시회였다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어 갤러리앱에 간직한 사진들을 꺼내 본다


제주에 도착 후 짐을 풀자마자 바다로 갈까, 감귤농장, 아니면 말을 보러 목장으로 갈까 하다가 맨먼저 달려 갔던 곳이 빛의 벙커였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큰 벙커가 오랫동안 비밀스레 그 곳에 있었다는 걸 몰랐다


축구장의 반 정도 크기의 콘크리트 건물에 완벽한 방음과 자연 공기 순환장치를 작동하여 16도가 유지 된다고 한다
오래 머물자, 실내는 약간 서늘함이 감돌았다

원래는 국가기관의 통신시설로 설치했지만, 기둥 27 개가 있어 안정감이 들고 전시회를 기획하기에 딱 알맞는 예술공간으로 느껴졌다


들어가자 마자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상상해 본 적없는 웅장한 음악소리와 쉼없이 펼쳐지는 영상들, 사방으로 흐르는 장면들에게 눈을 돌리느라 정신을 빼앗겨버렸다


클림트의 대표작 The Kiss를 처음으로 본 것은 오래전 홍대 거리에서였다
비 오는 날 학생들 셋이서 하나의 우산을 받쳐들고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바라보았다 그 날 카페 밖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던 오후, 햇살이 비추고 동시에 굵은 비가 그치지 않고 내렸다
학생들 셋이 함께 몸을 붙이고 고개를 숙여 받쳐든 노란 우산은 손잡이도 제법 큼지막하였고 클림트의 그림으로 채색되어 있었다
무지개가 돋아날 것 같던 날 보았던 클림트의 샛노란 키스는 진품보다 더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 후 뉴욕에 갔을 때 거리에 붙은 포스터를 보았으나 전시회를 놓쳐 이번에 꼭 미디어 전시를 보고 싶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가면, 원형 순환도로가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그 화려한 비엔나 예술적 문화를 상징하는 링스트라세 도로를 장식한 화가라고 소개되어 있다

무더운 여름날 가족여행을 갔던 비엔나에서 중세 성의 바닥처럼 투박한 돌이 깔린 운치있는 골목길을 걸어다니다 출발한 지점으로 되돌아 왔던 기억이 있다
링처럼 동그랗게 이어져 끝과 끝이 결국 만나는 도로 그곳이 링스트라세이다

1858년의 비엔나 지도에도 시내에 반지 모양으로 둥글게 띠를 이룬 도로가 확연히 나타나 있다

그 때 벨베데레 궁전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금빛으로 물든 'The Kiss'를
볼 수 있었다
수많은 복사본에서 보았던 샛노란색은 거짓이었다


빈의 골목길을 구불구불 헤매 걸어 다니다가 카페에 앉아 쇼콜라케잌을 먹으며 앉아 있던 오후, 은은한 금빛으로 어른거리던 클림트의 'The Kiss'를 다시 보고 싶다 1907년 ~ 1908년에 그려진 작품이다

클림트는 아버지가 금 세공사였다
계란을 사용하는 템페라 기법과 금박과 은박을 꿀이나 아교 등의 접착제로 붙이는 방법으로 화려하고 장식적인 그림을 그렸다


훈데르트 바서 (1928~2000)의 작품도 함께 전시 되었다
그는 화가이면서 건축가였다


훈데르트바서는 계획된 직선을 사용하기 보다는 영감을 받아 만드는 불규칙한 모양을 즐겼다


어쩌면 곧 무너질 것처럼 보이는 기하학적 창문의 모양은 현재에 보아도 생기를 느낄 수 있다

한스 마카르트(1840~1884),
에곤 쉴레(1890~1918) 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었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제주 벙커 안에서도 휘황한 금빛이 그림의 특징을 이루었다.

한스 마카르트, 에곤쉴레
이들은 19세기 당대를 휩쓴 비엔나의 예술사조와
클림트의 작품세계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새로운 감성으로 경치를 그려내고 인체를 묘사하였던 아티스트들이다


전시회장을 나오자 벙커 바로 옆에 목마름을 달래 줄 카페가 보였다
야자나무 숲에 둘러 싸여 있는 건물의 모습이 이국적이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도록 붙잡는 매력이 느껴졌다

커피 박물관 BAUM

미디어아트의 세계에서 리얼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숨돌리기가 필요한 순간...
어디선가 편백나무 숲 향기가 날아 오는 것 같았다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하여
아! 여행을 왔구나!
공간이동의 기쁨이 듬뿍 느껴졌다

존 버거맨의 익살스런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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