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길
김리영
맑고 솔직한 앞날개를 잃고
한쪽 날개로 날았지.
남은 날개까지 떼고 싶은 날에도
아슬아슬 절룩이며 유랑하겠지.
어두운 참나무숲에 들어가면
날개의 이면(裏面)이 빛날지 몰라.
반쪽으로 날아가도 나비길은 있어.

한쪽 날개로 날아가는 나비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 나비도 어린 시절에는 갓 부화한 애벌레였으며 다른 나비들처럼 탈피와 번데기 시절을 거쳤을 것이다.
꽃에 앉아 버젓이 꿀을 빨아 먹기도 했을 것이다.
나비는 한쪽 날개를 잃어버리고 어디쯤 날고 있을까.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날개가 하나뿐인 변이종은 아니었을 것이다.

Butterfly Path
by Rhee Young Kim
Lost my pure, honest forewing,
flown on with only one.
Even on days longing to shed the other wing,
drifting at the brink,
teetering at the edge.
Entering the dark-shadowed oak woods,
perhaps the hidden side of a wing might glow.
Though half-winged in flight,
the butterfly path still exists—
still unfolds.

사람도 상상하지 못한 순간이 닥쳐와 한쪽 날개를 잃어버릴 때가 있다
날개가 하나밖에 없는데도 멀리 날아갈 수 있다면 진짜 무서운 사람이다
<시에> 2025년 봄호 ㅡ<시를 넘어서는 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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